카메라는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도구인 것 같다. 자동모드 상태에서 셔터만 누르면 되기도 하고 수동모드로 하나하나 설정을 해줘야 하기도 한다. 또, 이러한 기능적인 부분을 이해를 하면 이제는 잘 찍는 것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고 그 다음은 뭔가 색다른 사진을 추구하기도 한다. 필자도 잘 찍지는 못하지만 사진찍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찍기를 좋아한다. 어떤 이는 사진을 "시간을 베는 행위"로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시간을 담는 행위"로 표현하기도 한다. 평생을 바람만 찍다 바람따라 간 이도 있고 평생을 계란만 찍은 이도 있다.
처음엔 형상을 주로 찍다 나중엔 내면을 찍기위해 고심을 한다. 최근엔 디지털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어 사진찍기가 그만큼 쉬워지고 편해졌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사진을 찍고 아니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삭제(Delete)"키를 누른다. 너무나 적흥적이고 인위적이다. 그에 비해 필름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가 갖는 그러한 편리함은 없지만 찍고자 하는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으며 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찍기위해 기다리는 맛도 있다. 무엇을 담았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도 없고 또 그 자리에 다시 오기도 힘든 만큼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촬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맛에 아직도 필카를 선호하는 매니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상품은 필름카메라의 한 종류인 핀홀카메라이다. 그것도 직접 만들어야 하는 조립식 핀홀카메라...
사실 고급 기종이나 핀홀카메라, 로모카메라 등 특수촬영 목적의 카메라를 제외하고는 필름카메라가 설자리는 거의 사라졌으며 보급형이나 단순 촬영용으로는 컴팩트 디지털카메라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샤란(Sharan)은 라이카, 니콘, 콘탁스 등의 유명 카메라의 미니어쳐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로 유명하며 핀홀카메라나 특이한 필름카메라를 생산하는 곳이다. 위 제품도 단순 핀홀카메라가 아닌 사용자가 일일이 조립을 해야하는 토이형태의 핀홀카메라다. 비닐팩에 두꺼운 보드지와 플라스틱으로 된 중요부품, 양면테이프가 들어 있다.
설명서에 나와 있는대로 보드지를 조심스럽게 자르고 접어서 몸체를 완성하며 플라스틱 재질의 필름 감기/되감기 레버(다이얼 방식의 손잡이)와 축을 연결하면 된다. 조립시간은 약 1~2시간 정도 걸리며 빛이 새어 들어가지 않게 각 이음새는 이중 구조로 겹치게 되어 있다. 완성된 제품에는 어떠한 정보도 표시되지 않으며 필름 카운터도 없다. 그냥 더 이상 감기지 않을 때까지 촬영하는 수 밖에 없다.
조립이 다 되었으면 35mm 필름을 장착하고 혹시 벌어지는 것에 대비해 검은색 고무줄로 묶어둔다. 카운터가 없고 감기 멈춤기능도 없다. 설명서에는 처음 몇매까지는 몇번 돌리고 그 다음은 몇번 돌리라고 나와있지만 한 자리에서 필름 한통을 다 찍지 않는 이상,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 그냥 찍을 때마다 4~5회전 정도 감아주고 찍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그러면 36판짜리 필름으로 20~25장 정도 찍을 수 있다. 다 찍은 후에는 되감기 레버로 감으면 된다.
완성된 모습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상당히 클래식한 모양이며 블랙바디에 화이트로 카메라 이미지를 보완한 모습이 나름대로 심플해 보인다. 보드로 만들었지만 튼튼해 보이는 외관을 하고 있다.
검은 고무줄로 묶는 부분도 카운터가 없는 것도 나름대로 멋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삼각대를 장착할 수 있는 나사홈이 없다. 핀홀카메라는 특성상 장시간의 노출을 요하는데,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아쉬운 대로 고무줄로 삼각대에 고정을 하였다. 엄청(?)나게 편했다. 일반 카메라도 이처럼 가벼워서 고무줄로도 고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가의 핀홀카메라처럼 정확하고 심도가 깊은 결과물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소프트 필터를 사용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디지털카메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핀홀카메라 특유의 외곡이나 바랜 듯한 느낌은 또다른 사진찍기 재미를 주는 것 같다. 간단하게 조립하면서 카메라의 원리도 이해하고 핀홀만의 독특한 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핀홀카메라는 시간을 베는 느낌보다는 담는 쪽에 가까운 카메라인 것 같다. 디지털카메라로 편하게 찍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독특한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보자. 나가서 자신만의 시간을 베기도 하고 담기도 해보자.
출처 : http://www.zdnet.co.kr/reviews/coolgear/0,39040543,39147435,00.ht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