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카메라는 공중 묘기도 부린대요 | |
[매거진 Esc] | |
남종영 기자 |
①플라스틱 몸체와 플라스틱 렌즈여야 한다. ②조리개와 셔터속도 조절이 안 돼야 한다. ③고로 사용자 의도대로 사진이 찍히면 안 된다. ④결국 못 찍는 사람이 잘 찍을 수 있고 잘 찍는 사람도 못 찍을 수 있다. 간략한 토이카메라(토카)의 조건이다. 쉽게 말해 토이카메라는 플라스틱 몸체와 렌즈로 만든 ‘성능 나쁜’ 카메라다. 성능이 좋으면 토이카메라가 아니다. 가격이 20만~30만원대에 이르고 유리 렌즈가 부착된 로모는 엄밀히 따지면 토카가 아니다.
네거티브 필름 판매량의 감소분 벌충?
토이카메라는 감성과 우연의 매체다. 고급 사양의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나 어지간히 찍어도 잘 나오는 콤팩트 디카처럼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지 못하지만, 피사체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힘만은 뛰어나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미지보다는 우연성에 기대 창조성을 극대화한 이미지다. 이런 유희적 우연성은 카메라를 공중에 던졌다가 받으며 사진을 찍는 ‘샘플러 촬영법’을 낳기도 했다. 셔터가 눌린 샘플러 토카는 공중에서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네 컷의 ‘우연’을 건져 내려온다. 비싼 카메라라면 던질 수 있겠는가? 값싼 토카이기에 가능하다. 아날로그 기계에 대한 복고적 애정도 토카가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다. ⊙ 어떤 토이 카메라 있나?=토카는 단렌즈와 복수분할렌즈 카메라로 나뉜다. 단렌즈 카메라는 클래식한 외관에 플라스틱 단렌즈를 채용한 제품이다. 홀가가 대표적이다. 홀가 120N은 120포맷 중형 필름을 사용한다. 강한 비네팅이 특징이다. 엑시무스는 최근 인기를 얻은 부활 기종. 채동우 레드카메라 기획팀장은 “한때 중국에서 제작됐다가 단종된 것을 저작권을 사들여 다시 생산하는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식한 외관과 22㎜의 광각 렌즈가 채용됐다. 화각이 넓어 가까이서 찍어도 전체 초점이 맞고 주변부가 휜 이미지가 독특한 감수성을 자아낸다.
토카가 잡은 세계는 불규칙하며 몽환적이다. 이런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 빛샘과 비네팅을 활용하는 게 포인트다. 빛샘은 빛이 불규칙적으로 새어 이미지에 나타나는 색깔이다. 비네팅은 렌즈의 광학적 결함 탓에 이미지의 네 귀퉁이가 어두워지는 현상이다. 피사체의 특성과 어우러지도록 한다.
주로 인터넷에서 5만원 안짝에 팔아
⊙ 어떻게 시작할까?=국내 최대 토이카메라 동호회인 ‘하프&토이 카메라’(하토카·cafe.naver.com/halfntoy)나 토이마니아(toymania.cyworld.com) 등의 갤러리에서 카메라별 이미지를 둘러본 뒤, 관심이 가는 토카를 구입한다. 동호회는 수시로 출사 행사를 연다. 토카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다. 레드카메라(redcamera.co.kr) 등 토이카메라 전문업체는 필름, 미니플래시, 스트랩, 트라이포드 등 보조 장비도 함께 판다. 지마켓, 옥션 등 온라인쇼핑몰에서도 판매된다. 가격은 5만원 안짝이다. 홀가120N 3만8천원, 엑시무스 2만5천원, 젤리 1만3천원, 디스데리 9천원 선.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촬영협조 레드카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