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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짱의 국내여행 사진블로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판타지,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미국 | 166 분 | 개봉 2009.02.12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벤자민 버튼), 케이트 블랑쉐(데이시), 줄리아 오몬드(캐롤라인) 

<줄거리>1918년의 어느 여름, 80세의 외형을 가진 갓난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주위의 놀라움 속에서 자라난 벤자민 버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날, 벤자민은 어린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날마다 젊어지고 그녀는 점점 늙어가는데...

<감상> 2시간 40분이라는 엄청난 상영시간이라 지루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이하의 시간으로는 도저히 줄일 수 없는 영화였다. 왜냐면 한사람이 80대부터 갓난아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그거도 평범하지 않은 벤자빈의 이야기. 현재진행형이 아닌 과거시점에 대한 나레이션식 영화, 그리고 중간중간 끊어지는 병원에서의 이야기등이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긴하지만, 그것은 두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로 일대기의 장면 바꿈을 하기 위해서이며, 둘째로 그 여노인과 딸은인 벤자민의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들임을 말하는 것이다. 결론에 가서야 왜 노인의 딸이 그 일기를 읽게 되는지 알게 된다. 엉덩이에 땀띠 생길거 같은 불편함은 있었지만, 결코 지루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영화. 이 영화는 로맨스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철학적 영화에 좀 더 가깝다고 여겨진다. 로맨스와 상관없이 인생 전반에 걸친 벤자민의 이야기 자체가 감동이라고 생각된다.

시간을 거꾸로 사는 벤자민, 그것은 어찌보면 장애로 태어난 것과 같다. 하지만 벤자민에게는 그것은 좋은것도 그리고 나쁜것도 아니다. 영화를 보기전엔 그의 특별한 인생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평범하지 못하다는 것은 삶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에서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는 부분이다.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없었던 벤자민, 그리고 그가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 그가 자각하는 이야기, 그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 그가 어린아이가 되는 이야기 등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무언가의 의미를 준다. 삶을 대하는 벤자민의 태도랄까? 벤자민은 늙은 모습을 한 어린나이에 그 나이 또래와는 다른 인생의 깊이를 알아야 했다. 물론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나이에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을 경험하면서 유년기를 보낸다. 친아버지를 이승으로 보내는 장면에서는 정말로 놀랍다. 20대의 나이에 불과한 그가 죽임을 맞이할 노인의 안식을 이해하듯, 호수에서 친아버지를 이승으로 보내는 장면에서 그는 이미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 시간이 있다는 것은 켤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다만 일반사람들과 다른 벤자민의 겉모습은 어찌보면 우리가 태어나면서 갖는 특별한 상황과 환경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벤자민은 인생의 자기 기회를 선택할 줄 아는 사람

벤자민이 처음 걷는 장면 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난 벤자민이 어떻게 걷게 될지에 의문을 가졌에서 난 특별한 것을 느꼈다. 그 시기의 벤자민은 자신이 젊어지는 것을 모른다. 이것은 자신이 언제 걸을 수 있게 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관절염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회가 없었다면 오랜시간 휠체어를 끌고 다닐런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우연치 않은 종교행사에서의 그 기회를 얻게 되고, 황당하게도 신부의 말에 의해 걷을려고 노력해보는 벤자민을 모습속엔, 자기 인생의 선택과 의지에 대한 느낌을 받는다. 항상 우리에게 랜덤한 기회가 오지만, 스스로가 그 기회를 받아들이는 건 그 자신의 선택이다. 선원이 되었던 일, 누군가를 사랑했던 일, 그리고 그가 가졌던 많은 경험들은 단지 숙명적인 그의 삶이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인생의 두가지 진실을 알려주는 것 같다.

하나는 우리가 어찌해도 바뀌어질 수 없는 숙명적 시간이다. 데이시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하나는 그나머지의 시간들,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는 시간들이다. 나와  그녀가 배를 타고 여행하는 시간이며, 내가 선원으로서 일을 했던 시간이며, 내가 많이 경험할 수 있고, 적게 경험하게 되는 경험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내 고유의 시간들이라고 할까; 그러한 시간들은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가치있게 보내라고 일러주는 것 같다. 그런 탓에 아래의 두 대사는 오래남는 명대사이다.

"넌 지나간 세월 앞에서 미친 개마냥 미쳐버릴수도 있어.. 운명을 탓하며 욕을 할 수 도 있어. 하지만 결국 끝이 다가오면 그냥 가게 나둬야해.."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누군가는 음악의 조예가 깊고..누군가는 예술가이고..누군가는 수영하고..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알고..누군가는 어머니다..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시간은 거꾸로 간다? 결코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시간은 거꾸로 가는 벤자민, 하지만 결코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의 역셜적 표현이기도 하다.
벤자민은 80대의 나이에서 갓난아이로 늙는다. 하지만 인간의 생태적 모습이 거꾸로 될 뿐, 노인모습의 유년기 기억을 가지고 있고, 중년의 청년기 기억을 가지고 사는 사람일 뿐이다.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시간도, 그리고 그 자신의 시간도 결코 거꾸로 가지 않는다. 외형은 거꾸로 가지만, 시간은 거꾸로가 아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신의 선물이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을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영화속 깜짝 인물! 다코타 패닝 친동생 엘르 패닝 데이시 어린시절 역으로 나왔습니다.
다코타 패닝의 귀여움엔 많이 못미치지만, 자매끼리 영화배우 등극이군요.


영화속 브래드피트(벤자민) 모습 중 머리가 약간 희긋한 중년의 모습 때가 제일 멋있더군요.
전반부보다 후반부 몰입이 적은편인데, 젊은시절엔 에피소드가 너무 없다고 할까; 요건 좀 아쉽네요.
암튼 간만에 괜찮은 영화 본듯합니다. 최근 <세븐파운즈> 보고 많이 아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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