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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짱의 국내여행 사진블로그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모(LOMO)라는 카메라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모는 그 특유한 색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매니아 층을 형성하며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과연 로모는 어떤 카메라이고 무엇이 사람들을 매료시키게 만드는가? 이 작고 매력적인 로모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자.

냉전시대 KGB의 첩보 기술에 의해 탄생
초기의 로모는 구소련이 붕괴될 무렵 성 페테르부르크의 광학기술연구소에서 전직 KGB 연구소의 라디오노프(Radionov) 박사에 의해 첩보용 카메라로 개발되었다. 첩보수집의 목적에 따라서 심플하면서도 튼튼한 바디가 필요했고, 간단히 렌즈커버만 열고 셔터만 누르면 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방식은 레닌그라드 광학연구소에서 개발된 미니타르(Minitar) 렌즈를 장착한 35mm 필름을 사용하는 기계식 소형 카메라이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로 한때 문을 닫았던 레닌그라드 광학기계공장의 로모 생산라인은 유럽예술가들의 호응으로 다시 로모를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1992년에 접어들면서 일반인들에게도 판매가 시작된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소련은 구동독의 지배권을 갖게 되었고, 그 시기에 제나(Jena)에 위치한 칼자이즈(Carl Zeiss)사로부터 세계 최고의 광학기술을 공식적으로 접수하게 되었다. 그 기술을 이용하여 냉전 중에 레닌그라드 광학연구소에서는 수많은 소련의 군사제품과 우주개발용 제품, 그리고 첩보용 카메라인 로모를 제작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현재 로모는 레닌그라드 광학기계제작소에서 한 달에 약 2천개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로모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450여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정밀기기이다. 소박한 외형을 하고 있는 이유는 완전 수공 제작품이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 명이 하루에 한 개 정도만의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로모의 또다른 매력, 4연사가 가능한 독특한 기종들도 있다


디카에 비하면 너무나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그게 매력

로모전용 외장 플래시

로모 카메라는 스파이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카메라 자체가 정말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상은 플라스틱 바디에 렌즈까지도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그다지 고급제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로모의 작은 크기(107×68×43.5mm)때문에 디지털카메라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으나, 로모는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엄연한 필름카메라이다. 방식은 자동노출, 목측식의 수동초점 방식이다. 조리개(F2.8~16)와 셔터스피드(1/500초~B셔터)는 적정 노출을 위해 자동 조절된다. 이는 수동으로는 조절할 수 없음을 말한다. 조리개 레버가 A가 아닌 경우에는 셔터스피드가 1/60초에 고정된다. 그리고 초점은 렌즈 옆의 레버로 적정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0.8미터의 클로즈업부터 멀리 있는 경치를 위한 무한 초점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판되는 외장형 플래시와 일반 삼각대를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동이라는 선입견에서 처음부터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데, 목측식 거리조절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거리조절 레버에만 조금 익숙해지면 누구든지 쉽게 찍을 수 있는 제품이다.

로모의 조작방법. 007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노출계는 매우 정확한 편이지만, 비네팅(vignetting) 효과라고 하여 사진의 주변부가 중심부보다 조금 어둡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다른 사진기에 비해서 색감이 뚜렷하고 풍부한 사진을 만든다. 매니아들은 로모의 이런 부분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로모는 실제의 색과 다른 왜곡된 원색적인 색감을 만들어내는데, 사실 왜곡되었다 해서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로모는 특이한 카메라일지는 몰라도 뛰어나게 훌륭한 카메라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꼭 사실적인 화상을 만드는 카메라만이 좋은 카메라라는 공식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로모는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는 독특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로모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로모는 카메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쓰기 힘든 제품이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만 보고 구입한 후에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로모의 특성을 파악하고, 많이 찍어보면서 연구해야 한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에게 굳이 로모를 권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카메라에 비해 거의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해서 어떤 사진이 나올지 기대하는 맛이 없다는 것과, 언제나 LCD 모니터에 보이는 그대로 선명한 화상을 얻을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물론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로모에 비하면 디지털카메라의 독특한 매력은 덜하다고 생각하는 게 로모 매니아들의 의견이다.


로모로 촬영한 사진들. 비네팅 현상이 오히려 특색 있게 느껴진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로모열풍에 의해 전세계 60여개 도시에 20만명이 넘는 동호회원이 생겼고 일본에서만 벌써 2만5천명이상의 사람들이 공식적인 회원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가히 로모의 인기는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로모의 사용자 중에 유명한 사람으로는 페라리의 F1 레이서 마이클 슈마허(Michael Schumacher)가 대표적이며 국내에는 가수 이현우, 토이의 유희열, 롤러코스터 등이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원하지만 왠지 모두들 쓰는 최신형의 다기능 카메라는 남들과 똑같아지는 것 같아서 싫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소박한 디자인과 멋지고 분위기 있는 나만의 추억을 남기고픈 이들에게 로모는 잘 어울린다.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것 같고 또한 물려줄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카메라를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이 아닐까 한다.

참고로 로모의 가격은 미국을 기준으로 $90 정도로 단가가 낮은 제품이지만, 국내에서는 필름과 사진집 등을 포함한 패키지 제품이 24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로모만의 독특한 느낌을 어떻게 가격으로 매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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