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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짱의 국내여행 사진블로그

사랑에 관한 세 가지 메모

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 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단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 혹은 그녀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와 그 밖의 모든 전화, 또는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나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슬픈 유행가는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그래서 유행가는 차마 이별하지 못하지만 이별을 꿈꾸는 모든 여인들을 위해 수도 없는 이별을 대신해 준다. 유행가는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한 이들에게 대물림 되는 우리의 유산이다.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 주는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양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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