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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짱의 국내여행 사진블로그

액션, 범죄, 드라마, 느와르 | 한국 | 112 분 | 개봉 2008.09.11 
감독 : 장훈,  출연배우 : 소지섭(이강패), 강지환(장수타)
★★★★

<줄거리>최고의 액션 한판을 위한 리얼 승부극 이기는 놈이 주인공이 된다.
영화를 촬영하던 배우 장수타(강지환 扮)는 액션씬에서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상대 배우를 폭행, 영화는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한다. 또한 어떤 배우도 깡패 같은 배우 수타의 상대역에 나서지 않아 궁지에 몰린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룸싸롱에서 사인을 해주며 알게 된 조직폭력배 넘버 투 이강패(소지섭 扮)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한다.

 누구도 모르게 영화 배우의 꿈을 갖고 있었던 강패는 수타의 제안에 흥미를 느끼며 출연에 응하는 대신 한가지 조건을 내건다. 액션씬은 연기가 아닌 실제 싸움을 하자는 것! 배우가 안되었으면 깡패 못지 않은 싸움 실력을 갖추었을 것이라 자신하는 수타 역시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의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영화 촬영이 시작되는데...

<감상> 상당히 늦은감 있게 <영화는 영화다>를 봤다. 기대를 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는 의외로 재밌게 봤다. 액션영화를 기대하여 본 사람이라면,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두 주인공이 액션이라는 것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아니다. 복수극도 아니고, 절대적인 악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두 주인공 역시 선과 악의 입장이 아니다. 그러한 설정, 즉 액션이 매체이지만, 그 액션은 무언인가의 주제를 포장하는데 사용되었을 뿐, 액션 그 자체의 재미로 끈나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생각했던? 치고 박고 싸우는 그런 영화가 전부의 내용이 아니었음에 이 영화에 더 감사한다. 난 이 영화는 휴먼 드라마의 장르가 더 들어맞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액션 이면에는 두 주인공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휴먼 드라마가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 하지만 액션만이 아니다.

이것이 휴먼 드라마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두 주인공이 아니러니한 설정에 있다. 감독의 의도적인 설정인 것이다. 소지섭의 배역 강패는 실제 영화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영화속 세상이란 깡패의 세상이고 곧 현실이다. 현실은 영화처럼 그려지지만 이면은 아름답지가 않다. 그래서 그는 현실보단 영화를 동경하는 쪽이다. 흉내만 내고 인기배우의 수타는 어쩌면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강지환의 배역 수타는 영화속에서는 화려한 액션배우이다. 하지만 그의 현실의 세상에선 깡패만큼이나 더러운 성깔을 가지고 있다. 배우 흉내를 내는 액션배우이면서 자만심이 무척이나 큰 그는, 마치 자신이 배우가 안되었다면 주먹을 잘 쓰는 깡패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패의 현실을 깔보고 있다. 이것은 강패도 동일하다. 인기배우로서의 탈을 쓰고 있지만, 흉내만 낼 뿐, 깡패만큼의 주먹도 못되는 배우로서의 수타를 깔보고 있다.

두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수타는 깡패만큼 쓰레기 녀석이었지만 있지만 현실에서는 영화배우라는 점, 강패는 과거 단역 연기자였지만 현실에서는 깡패라는 점, 과거와 현실은 서로를 반대의 벽에 세워두고 있다. 영화배우가 아니었다면 쓰레기가 되었을 법한 수타, 반대로 깡패가 아니었으면 영화배우의 길을 걷었을지 모르는 강패, 이러한 공통점 때문인지 수타와 강패는 서로를 통해 변화하기 시작한다. 수타는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강패의 어쩔 수 없는 상대 연기자로서 마찰과 연기에서의 실제 싸움, 그리고 동료 깡패의 주먹다짐, 협박사건 이런 일렬의 사건을 통해 스스로가 자만하지 않는 성숙한 연기자의 모습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강패는 수타의 모진 핀잔과 여자 연기자와의 따뜻한 정을 통해 스스로가 영화속 자신에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강패로서 가져서는 안될 인정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고, 자기현실에서의 흔들림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는 영화를 쫓는다. 반대로 수타는 영화속 화려한 자만심의 자기보단 현실의 자신을 찾아간다. 그 둘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 시점까지는 난 나쁜놈 두 놈이 서로에게 점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극 마지막에 와서는 수타가 살인을 저지르면서 스토리는 매우 황당하게 이어간다. 그리고 바로 그 짧은 찰나 영화는 종료된다. 더 있었으면 했지만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수타의 허망한 웃음, 그리고 강패의 애절한 눈빛으로 강한 인상으로 마무리된다.

결과적은 수타에겐 긍정적인 자기변화를 가져왔지만, 수타의 현실은 배우이고, 연기는 깡패이다. 현실로 돌아가 성숙한 배우임을 자각하는 일은 쉬운일이다. 하지만 강패의 현실은 깡패이다. 강패는 현실의 울타리에서 결코 벗어 던지지 못했다. 잠깐의 현실에서 외도를 즐기고 돌아와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강패, 그는 깡패로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자각했는지도 모른다. 강패의 마지막 웃음에서 난 가슴 터질듯한 애환이 느껴졌다. 자신이 걸어왔던 깡패로서의 길에 대한 원망도 조금, 그리고 수타를 바라보며 마음껏 비웃어보라고 호통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타는 그런 그를 비웃지 않는다. 안타깝고 애절한 눈빛, 왜 그가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깡패로서 살아온 그의 애환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뜨거운 무언가가 물컥 느꼈다면 아마도 그러한 비극적인 결말에 토를 달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느낀 메세지가 있다면, 누구에게는 흉내되는 영화일지 몰라도, 그 영화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진짜 삶이다. 그 누구를 조롱하고 비웃고 쓰레기 같은 인생으로 비유할지 몰라도, 그것은 그들에게 진짜 인생이다. 이런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연기대결 강지환 vs 소지섭 (신인남우상 공동수상)

연기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그것은 소지섭과 강지환은 각각 팬층이 두텁기 때문이기도 한다. 누군가의 배우가 상대적으로 칭찬을 받는다면 팬들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개인적으로 두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였다. 소지섭의 카리스라가 빛나는 꺙패의 눈빛 연기 그리고 삐뚤어질때로 삐뚤어진 그의 말투와 방항적인 태도, 이러한 것은 소지섭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다. 소지섭이 원래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가 아닌가? 그리고 강지환 역시 뺀칠한 인기 액션배우의 역할, 영화속에서는 자기만이 최고인줄 아는 뻔지르함, 그리고 실제로는 겁많고 눈물 많은 캐릭터, 이러한 캐릭터도 강지환에게 배역이 감으로서 빛을 발했다고 본다. 목소리가 이상하다니 따지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지섭이 눈빛 연기가 멋졌다고 본다면, 강지환의 어눌한 눈물 연기도 일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극 역에 따러서는 소지섭은 항상 변함없는 캐릭터라서 카리스마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연기의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해 강지환의 배역에서는 자만하는 수타의 모습, 겁먹은 수타의 모습, 진실한 무언가를 알아가는 수타의 모습, 인생의 절망감에 빠진 수타의 모습 등 배역자체의 감정 변화가 큰 부분이기에 소지섭에 비해서 많은 연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강지환이 더 칭찬받을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신인남우상을 누가 타게 되어도,  한사람이 너무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소지섭-강지환의 공동 수상으로 결정이 난 것도 아마 서로의 역할에 딱 맞는 자기만의 역할 소화가 훌륭히 인정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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