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마루짱의 국내여행 사진블로그

 
 드라마 | 일본 | 121 분 | 개봉 2008.07.24 |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카호(미기타 소요), 오카다 마사키(오오사와 히로미) 

<줄거리>산과 밭으로 둘러 쌓인 시골마을. 초, 중학생 모두 합쳐 6명뿐인 분교에서 중학교 2학년생 미기타 소요(카호)는 유일한 상급생으로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언제나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로부터 잘생기고 멋진 오오사와가 전학을 온다. 처음으로 생긴 동급생과의 즐거운 하루하루를 꿈꾸던 소요. 하지만 생각보다 히로미와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서로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 달콤한 첫사랑에 빠지게 된 그들. 천진난만 귀여운 동갑내기 커플 소요와 히로미는 마을 아이들과 가족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풋풋한 사춘기를 보낸다. 그러나 오오사와가 도쿄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하면서 소요의 가슴앓이가 시작되는데… (쿠라모치 후사코의 순정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감상> 사춘기 성장 드라마, 청소년 멜로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느낌은 바로 순정만화라는 원작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 <모래시계>와 무척 닮아있다. 하지만 모래시계는 사춘기 시절의 첫사랑과 성인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으므로, 좀 더 로맨스라는 장르에 촛점을 맞추고 있고, 이 영화는 사춘기 풋풋한 사랑과 함께, 시골의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매우 잔잔한 영화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의도적인 부분이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오오사와와 소요의 갈등인데 갈등의 요소가 너무 작고(오오사와가 너무 착하다.), 갈등의 요소는 너무 쉽게 풀려버린다. 그리고 갈등 요소로 집어넣었던 것이 오오사와의 어머지와 소요의 아버지의 의심스런 관계인데, 이부분은 괜히 넣은 듯한 느낌까지 든다. 단지 오카다 마사키(오오사와)가 멋있어서, 카호(소요역)가 귀여워서 이 영화를 봤다는 사람도 아마 그런 이유일 탓이다. 하지만 전원적 삶의 평온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잔잔함 속에 담긴 시골의 정겨움과 소탈함에서 오는 즐거운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두가지를 전해준다.



하나는 유년기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
여주인공 소요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급생이 없던 시골에서 동급생이 생기는 것은 무척 셀레는 일이고, 학창시절의 남자친구가 내게도 생길 수 있는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소녀, 발렌타인 데이 날 남자친구의 선물을 고르는 그녀에겐 좋은 일이면서도, 고민거리다. 그런 풋풋한 시골내기 소녀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고, 남자주인공 오오사와는 웬지 시골내기 소녀에게 마음이 끌리며, 도시 고등학교의 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그런 사춘기 시절 사랑을 이야기한다.



또 하나는 티끌처럼 맑은 시골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각박한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시골의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은 바로 어쩔 수 없이 전학 온 오오사와과 시골내기 동급생 소요라는 설정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둘은 시각은 정말 다르다. 시골의 급식에 실망하는 오오사와의 모습은 마치 우리를 연상케하며, 오오사와의 시선은 바로 우리의 기분이 되고 만다. 하지만 영화속 오오사와처럼 우린 시골내기 소요를 점점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잠바를 얻기위해 키스를 하자는 소요, 발렌타인 데이 남동생과 똑같은 선물을 주는 소요, 남자친구가 친구들에게 받은 장난질 선물도 소중히 하는 소요의 모습을 보면, 우린 맑고 투명한 소요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이 있고, 그리운 나의 고향이 있으며, 아름다운 산천에 대한 연민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내가 시골내기 소요를 좋아하는 것은, 나의 어린시절 내 모습 같기도 하며, 나의 친구들 모습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도 든다. 어릴적부터 도시인이었던 당신에게도 이 영화가 가슴 따뜻한 것은 바로 자연을 동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왔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시골의 정겨움을 느끼고 싶어하며, 산들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우린 자연 그 자체인 그들의 순수함을 좋아하는 것이다.

원제는 천연꼬꼬댁(天然コケッコー), 영제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영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란 제목은 무척 마음에 든다. 그 탓인지 영화속에서 바람소리를 듣는 카호(소요)의 모습이 많이 각인되는 편이다. 그리고 이 두 장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적막함은 우리를 잠시 자연속에 머무르게 하는 도시이탈적 효과를 준다. 특히나 도쿄의 어느 공원에서 카호가 귀를 기울이는 모습 그리고 과장된 시각적 표현은 친환경주의를 느끼게 해준다. 카호의 "언젠가는 사이좋게 될 날이 올거야"라는 혼잣말은 문명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인간의 삶을 희망하고 있는 듯하다.



카호의 진짜 애인은 바로 교실
,
카호가 교실 칠판에 키스하는 장면이나, 마지막 교실을 덩그러니 바라보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다. 카호에게 이 교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도시로 사람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폐교가 될 수 밖에 없던 시골의 학교들, 어린시절 그러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영화속 모습는 일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우리 현실속 이야기라서, 안타까운 구석도 함께 가지게 된다.  

카호의 다른 출연 작품들 

카호를 이번에 세번째 만났다. 영화 <모래시계><도쿄걸>에 이어 세번째 만나는 배우이다.
다른 영화에서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 이미지에 좋은 캐릭터이지만, 이 영화속의 소요역이 카호란 배우를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역이었다고 생각된다. 정말 잘 어울리는 캐릭터랄까; 이 영화 한편이라면 카호의 팬이 되기엔 충분할 거 같다. 이 영화가 <모래시계><도쿄걸>에 비해 더 좋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속 카호의 모습은 제일 좋았다라고 생각된다. 91년생 카호, 앞으로도 성인으로서의 성장을 통해 스크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영화속 촬영장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일본 여행사에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촬영지를 소개하는 글 (웹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