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마루짱의 국내여행 사진블로그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한국 | 105 분 | 개봉 2009.03.11  감독 원태연
출연 권상우(케이), 이보영(크림), 이범수(주환), 정애연(제나) ★★★★

<줄거리>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라디오 PD 케이, 교통사고로 가족을 한날 한시에 모두 잃은 작사가 크림. 두 사람은 서로의 빈자리를 때로 가족처럼, 때로 친구처럼 메워주며 함께 살아가는 사이이다. 누구보다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크림… 케이는 그녀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주환이 나타난다. 치과의사이고, 현명하고, 친절하고… 그리고 건강해서 크림을 평생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이 남자. 주환은 크림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 케이,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주환. 그리고 그 두사람의 단 하나의 연인 크림. 서로 다른 세가지 방식의 사랑이 시작된다.
 
<감상> 이 영화에 대해 기대를 전혀하지 않았다. 뻔한 스토리의 영화였기 때문에, 그것은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야기" 중에서도 단골로 나오는 시한부 인생의 남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의 사랑이야기, 소재 자체가 무척 진부했기 때문이고, 그것으로 인해 후반부의 이야기가 뻔했기 때문이다. 시한부 인생인 남자의 헌신적인 거짓 사랑이 성공하거나 탈로나서 마지막 소중한 둘만의 시간을 보내던가 두가지의 결말을 연상시킨다. 후자는 일본 영화 <연공>에 드러나는 시나리오이다. 한국 영화들은 대다수는 더 비극적인 전자를 선택하는 편이다. 이 영화도 전자에 속한다. 전자든 후자든 감동의 차이는 연출과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어떤가? 개인적으로 연출이 좀 약했다고 생각한다. 진부한 소재라면 연출과 시나리오가 무척 탄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영화도 그런 힘든 부분을 원초부터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시적인 감성적 대사말과 반전의 클라이막스를 넣었다. 그런 면에서 찬양은 아니더라도 칭찬을 해주고 싶은 영화다. (이후부터는 스포있음, 감상용 리뷰임~)

영화는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영화는 마치 시 같다. 대사말은 모두가 감성적인 시로 만들어져 있다. 하나하나 씹어보면 정말 아름다운 시의 구절임을 느끼게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영화는 시각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사도 중요하다. 명대사는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대사들은 특별하게 연출된 장면에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 영화가 그런 시적 대사말을 전달하는 것에 치중하여 오히려 영상으로 전달되는 따뜻한 감정들에겐 좀 더 소홀하진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하다.(가령 배우의 우는 표정만 봐도 우린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칭찬을 하고 싶은 부분은 이러한 시적인 대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사용한 도구다. 바로 그들의 장난감, 녹음기이다. 그들의 좋은 추억을 꺼내어 내는 기억의 매개체이고도 하다. 이 부분은 정말 나름대로 신경을 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녹음기에 얽힌 비밀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있다. 크림(이보영)의 어린시절, 케이(권상우)와 마주하는 과거 회상에 녹음기가 나온다.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의 사랑방식,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을 보고 싶어 하는 남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결혼하는 여자, 정말 그들의 사랑방식은 정말 비극이면서도, 공감하기 어려운 비극적 방향의 사랑방식이다. 그래서 이것은 바로 제목을 결정하는 큰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왜 슬픈가? 그것은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그러한 그들의 사랑방식에 있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가? 남자는 그렇다고 치자, 그것을 알아버린 그녀는 더욱 공감할 수가 없다. 그런 헌신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반문해본다면 결코 예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린 너무 쉽게 사랑해왔다. 김범수의 약혼녀가 말한다. "배고프면 밥먹고,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거 아냐" 그것은 지금 세대의 사랑방식이며, 우리가 공감하는 사랑방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남녀간의 열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가며 지켜내려는 헌신적인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것이었다.



마지막 반전 그리고 비극적 결말


반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반전이다. 그리고 결말, 헌신적인 남자 권상우는 이해를 해도, 모른척하는 이보영의 입장은 정말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녀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설정이다. 김범수란 남자를 찍어서 결혼한다는 그녀의 설정은 더욱 공감하기 무척 어렵다. 그러한 설정에 의한다면 그녀의 자살은 당연하다. 김범수에겐 애초에 작은 사랑도 어떤 책임감을 가지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그 부분이 난 무척 안타깝다.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은 감동 받을 만하지만, 희생양처럼 되버린 김범수를 보면 그녀를 위해 슬퍼해야할 감정이 다소 약해지는게 사실이다. 김범수란 캐릭터도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헌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3번째 사람이다. 결국 이 영화는 모두 헌신적인 사람이란 캐릭터만 나오기에 캐릭터간의 갈등고조가 약한 편이다. 그나마 김범수 약혼녀가 등장하기는 하나, 약혼녀도 그리 나쁜 캐릭터는 아닌듯하다. 

해피엔딩일까? 대다수는 비극이라고 동감할 것이고 나 또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그들은 어쩔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며, 슬픈 해피엔딩 결말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슬픈 해피엔딩은 일본 영화 <연공>에서나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원래 비극의 슬픔을 관객들에게 주려는 것이므로 결말을 비판할 수는 없다. 우린 누구나 다른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그 중 하나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이런 영화를 상식으로 바라보기보단, 인간적인 감성의 마음을 열어놓는 편이 좋겠다.

그 외의 잡담...

첫만남 -> 필연적인 무언가가 없다. 물론 그들의 어린시절의 만남에 대한 반전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권상우의 병을 알아채는 이야기 -> 좀 시시한 느낌. 녹음기란 매체가 그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이보영와 김범수의 인연 ->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 김범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안타까운 일인데;;
비밀을 알고 있는 졸병 매니저 -> 유일하게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특별한 매개체가 되지 못한다.
결국엔 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매개체로만 등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물이다.
카메라 ->  웨딩샵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데 그 카메라가 sx-70 이라는거, 그리고 김범수 약혼녀가
꽃가게에서 사진을 찍던 카메라는 라이카라는거(라이카M8), 내 눈에는 그냥 들어오네;;

개인적으로 OST가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