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기인형 (空気人形 Air Doll),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판타지, 멜로, 드라마 | 일본 | 2010년 4월 8일 개봉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배우 배두나(노조미), 아라타(준이치), 오다기리 죠, ★★★★
<감상> 잔잔한 일본 멜로 영화를 좋아하고, 배두나의 팬이기도 하기에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가 되는 일본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멜로 영화는 아니라는 것,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모른다>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인걸 보면 대충 이 영화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를 추측하게 만듭니다. 둘 다 재밌는 영화들은 아닙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상당히 호평을 받는 영화인데 아직 못봤어요. 이전에 배두나가 출연한 일본 영화로는 <린다린다린다>가 있습니다. <스윙걸스> <훌라걸스> <플레이플레이소녀> 이런류의 영화인데, 대단하진 않아도 재밌게 볼만한 영화입니다. 이번 영화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볼만한 영화입니다. 전혀 노출씬이 야하지 않은 영화이며,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아래는 줄거리 해석을 담은 리뷰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신 분을 위한 리뷰입니다. 아직 안보신 분들은 스포가 있으니 접어두시길 바랍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리뷰를 읽어보신다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상당히 깁니다. 영화 안보고 읽으면 재미 없을거예요.
1부 - 노조미, 준이치와의 첫 만남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영문도 모른채 생명을 갖게 됩니다. 처음 만난 쓰레기차, 마을 사람들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신기해하는 노조미, 그러다 한 비디오 가게의 점원 준이치를 만나게 됨으로서, 속이 비어 있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노조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부 -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노조미
준이치와의 바다 여행을 통해서 노조미는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됩니다. 레스토랑의 꼬마 생일파티로부터 사람들은 모두 생일이 있음을 알게 되고, 또 준이치와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뒷걸음치기도 합니다. 실은 사람과 노조미는 다를게 없는데 말이죠. 그러다가 공원의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노인이 하루살이 이야기를 하죠. 그저 알을 않으려고 태어나는 거라고 말하죠. "사람도 그다지 다르지 않아" 인생을 통찰한 듯한 노인과 노조미의 대사, 노인이 알려준 시는 이 영화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가장 핵심 부분입니다. "생명이란 것은 혼자서는 채울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바로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빈공간을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이야기죠. 그것을 서로가 채워가면서 존재하는 것이죠. 누군가가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죠. 반대로 나의 빈공간을 채워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죠. 우울하고, 혼자이고, 쓸쓸하고, 진심으로 마음 통하는 사람이 없는 단절된 현대인들의 모습, 결국엔 공기인형 노조미와 다를게 없다는 겁니다. 왜 공기인형을 소재로 했는지 아시겠죠? 공기인형은 텅빈 몸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빈공간을 가지고 태어나는 생명,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소재로 공기인형을 선택한 셈이죠.
3부 - 노조미 새 생명을 가지다.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던 노조미가 자신의 팔에 펑크가 나고, 바람이 빠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다급해진 준이치가 바람을 넣어주게 됩니다. 노조미는 준이치를 안고 한동안 있게 되는데요. 노조미에겐 아주 특별한 일입니다. 바람이 빠지고 들어오는 것은 노조미에게는 누군가가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것을 말하죠. 누군가가 빈공간을 채워주고 있음에 큰 위안을 가집니다. 그리고 노조미가 달라집니다. 공기바람 넣는 펌프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천장에 매단 풍선들과 춤추고, 외출을 해서 사진을 찍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과 같은 행복감이라고 할까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 세상이 즐거워집니다. 이제 노조미의 마음만큼은 텅빈 것이 아닙니다. 공원에서 만난 여자에게 노조미가 나이를 먹고 있다라고 말하죠. 나이를 먹는 건 생명체에게나 있는 일, 노조미는 자신이 생명을 가진 존재인양 마냥 즐거워합니다. 아주 잠시만의 착각이지만요.
4부 - 마음을 갖는 것은 아픈 것이다.
나는 공기인형이라고 말한 노조미에게 "나도 똑같아"라고 말한 준이치, 노조미는 그가 자신과 같은 공기인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준이치의 대사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준이치는 그 노인의 이야기의 의미로서 말한지도 모른다. 준이치와 헤어진 날, 자는 주인 몰래 나와 몸을 씻는 장면은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노조미는 한사람에게 사람받기를 윈한다. 어느날 준이치의 집에 방문하고 장롱에서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게 된 노조미,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이전 여자친구인지 알 수 없지만, 노조미는 이번에도 자신은 "누군가를 위한 대용품"이라고 느끼게 된다. 준이치 장롱속에 여자친구의 사진이 있다는 것은 떨어져 있는 현재의 여자친구이거나, 헤어진 이전 여자친구를 못잊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결국 준이치에게 노조미는 대용품의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5부 - 나의 존재를 알고 싶어...
자신의 주인이 새 공기인형을 가져온 사건으로 하여금 노조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대용품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공기인형, 난 왜 생명을 가지게 된 걸까? 날 만든 사람은 누굴까? 결국 가출을 하고 그녀가 찾아간 곳은 공기인형 공장. 자신을 만든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노조미가 왜 생명을 가지게 된 건지 그가 알리가 없다. 실제로 노조미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는 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것, 그래서 슬프고 아픈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것, 바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가 말한다. "아름답고 이쁜 것도 있지 않았니?" 끄덕이는 노조미, "고맙습니다." 우리 사람들도 노조미처럼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6부 -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별, 슬픈 결말
준이치가 왜 "공기를 빼고 싶어"라고 말했는지 저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왜?라는 노조미의 대답에 눈을 슬그머니 까는 걸 보면 아무래도 순수한 의미가 아닌거 같습니다. 한마디로 준이치는 진심으로 노조미를 대하지는 못했던거 같습니다. 노조미 난데없이 준이치를 칼로 찌르고 테잎으로 막습니다. 그리고 바람을 넣어 주겠다며 키스를 합니다. 하지만 준이치는 죽습니다. 노조미가 복수한 걸까요? 아닙니다. 노조미는 그저 순수 그 자체입니다. 준이치가 정말 공기인형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고, 바람을 넣어주려고 한 것일 뿐입니다. 무엇을 말할까요? 노조미의 행동은 살인 의도는 없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방적인 사랑, 그로 인한 절망과 사랑의 실패,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일방적으로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이죠. 어느날 쓰레기 봉투에 쓰러진 노조미, 그녀는 이제 생명을 마감할 시기가 온거 같습니다. 바람이 빠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녀는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는 상상. 노조미가 원했던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나의 존재, 나의 의미,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7부 - 민들레 홀씨, 희망을 말하다.
슬픈 엔딩,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우울하지만은 않습니다. 그건 바로 노조미가 죽으면서 나온 바람, 그리고 그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 노조미가 죽으면서 바람이 되었고, 그 바람은 민들레 홀씨와 한몸이 되었습니다. 그 민들레 홀씨는 여기저기 퍼저 이 세상의 행복한 기운을 만들어주는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을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노조미는 죽었지만 이 세상을 위한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마치 창작동화 <강아지똥>이야기처럼 강아지똥이 자신은 왜 태어난걸까 잉잉거리다가 결국엔 비가 내리고 거름이 되어 꽃을 피우게 됩니다. 자신의 의미를 비로서 찾게 되는 거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필요한 거름이었던 것입니다. 노조미도 바로 그런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노조미를 통해서 나온 바람이 되어 민들레 홀씨 암술과 수술이 만나 새생명을 가져다주는 그런 의미말이죠. 이 부분을 놓쳤다면 그저 우울하고 슬픈 결말이겠죠. 결국 이 영화는 고독하고 쓸쓸한 현대인의 이야기를 노조미라는 공기인형을 통해서 슬프지만 그리고 동시에 "니가 태어난 이 세상은 슬픈 것만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독특한 연출 기법
이 영화는 노조미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노조미의 감정에 따라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비춰진다. 노조미가 사람을 이해하고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좀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노조미가 우울한 상태에서는 사람들의 우울한 이야기가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노조미를 통해 현대인들의 단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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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남녀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니다. 잔잔할 수도,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영화,
하지만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현실적 고찰이 담겨있는 영화, 일본은 이런류의 영화들이 참 많다.